잘 이기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하겠죠.
200년 넘게 대통령제를 유지한 미국에는 '패배선언'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패자가 먼저 승복하고, 승자는 이를 포용하면서 '하나의 미국'을 강조하는 겁니다.
1960년 미 대선, 당시 존 F. 케네디와 닉슨이 맞붙어서 닉슨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졌죠.
일부 주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닉슨은 "헌법과 민주주의가 우선"이라며 승복했습니다.
선거 당일 밤, 또는 다음날 패배선언을 하는 일종의 전통이 생긴 겁니다.
4년 전, 사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도 앞섰지만, 실제 투표함이 열리면서 아깝게 진 힐러리는 선거 다음 날 새벽 3시쯤 패배 선언했습니다.
'낙후한 공업지대'라는 의미의 러스트벨트,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지지하는 곳이지만 여기서도 밀리는 걸 확인하자 패배를 인정한 겁니다.
[힐러리 클린턴 / 前 민주당 대선후보(지난 2016년) :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그가 이끌 기회를 줘야만 합니다.]
물론 번복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 유권자 득표율은 더 높았던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선거인단 4명 차이로 졌습니다.
플로리다에서 500여 표 차이로 선거인단 29명을 넘겨줬고,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패배선언을 한 차례 번복한 건데요.
결과적으로 연방대법원에서 재검표를 허락하지 않았고 고어 후보는 다시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앨 고어 / 前 민주당 대선후보(지난 2000년) :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합시다. 나는 대법원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이 최종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오늘 밤 우리의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의 힘을 위해 나의 양보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문화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우편 투표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불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바이든 측이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의 승리를 주장한 데 이어 재검표 요구까지 나오면서 이번 미 대선에선 패배선언을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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